최재원, 장정임 선교 편지 | 몽골 다르항에서 온 문안인사
/첫인사
몽골 다르항에 도착한 이후 처음 인사를 드립니다. 저희는 9월 5일 울란바타르에 잘 도착했습니다. 함께 팀으로 사역하게 될 C & MA 파송 미국 선교사분들이 공항에서 우릴 따뜻하게 맞이해주었습니다. 울란바타르는 6년 동안 겨울 1월에만 단기 선교를 왔을 때하고는 또 다른 풍경입니다. 삭막하고 우울한 회색 도시입니다. 수도라고 하기에는 너무 작은 도시인데도 교통 체증이 심해 10분 거리라도 1-2시간은 보통으로 소요됩니다.
울란바타르에 2일을 머물면서 비자 서류를 몽골 대사관에 접수하고 몇가지 생필품도 구입했습니다. 저희는 몽골 다르항 팀리더인 마크와 신다 부부의 차에 짐들을 싣고 다시 제 2의 도시 다르항을 향해 출발했습니다. 보통은 자동차로 울란바타르에서 다르항까지 3-4시간이면 가는 거리인데 공사와 비로 인해 길이 파손되어 거의 7시간을 걸려 도착했습니다. 새 도로를 공사 중이고 올 11월 중순에 완공할 예정이라는데 앞으로 1년 후가 될지 2년 후가 될지 미지수입니다. 다르항 오기 전에도 길이 험하다고 들었는데 들은 것보다 길이 많이 파손되고 위험했습니다. 오는 내내 거의 비포장 도로였고 차는 계속 흔들리고 몸은 이리저리 튕기 듯이 저절로 움직였습니다. 그러나 자동차 창밖으로 보이는 광활한 초원과 군데군데 풀을 뜯는 양과 소와 말들의 모습은 평화롭고 아름다웠습니다. 동시에 뉴욕과 전혀 다른 환경과 정착하여 살게될 새로운 도시와 집으로 향하는 감정들은 복잡하기만 했습니다.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나는 왜 이곳으로 왔는가?’ 라는 생각들이 문득 올라왔습니다. 그 때마다 우리를 몽골로 부르신 하나님의 명확한 음성을 기억함으로 이 시간들을 잘 지나갈 수 있는것 같습니다.
다르항
아침에 출발한 차는 해가 저물어가는 저녁 쯤에 다르항에 도착했습니다. 이곳은 인구 10만 정도가 살고 있고 과거 구소련이 지배할 때 지은 낡은 아파트와 외곽 지대의 게르에서 주민 대부분이 살고 있습니다. 마치 전쟁이 끝난 후에 남겨진 폐허처럼 낡고 삭막한 느낌마저 듭니다. 게르에 사는 사람들은 공동 우물에서 물을 길어서 생활을 해야하고 매일 중앙 화로에 불도 떼야 합니다. 저희는 다르항 4-4라는 지역에 교단에서 제공하는 아파트에 살고 있습니다. 밖에서 보는 것보다는 안에는 더 아늑하고 정돈되어 있습니다.
물론 처음에 왔을때 싱크대 파이프에서 물이 새고 난방 파이프에서도 물이 새고 화장실 전기가 들어오지 않고 여러 곳을 고쳐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거의 수리가 되었고 감사함으로 살고 있습니다. 집 바로 앞에는 북한이 지었다는 김정일 유치원이 있어 아이들의 목소리가 늘 들려옵니다. 아이들의 목소리는 세계 어느 나라든 청아하고 활력과 소망을 줍니다. 하나님이 저희의 외로움을 위로하기 위해 주신 또 다른 선물 같습니다.
몽골은 보통 9월 중순경 첫눈이 오고 추워지기 때문에 난방이 중앙 시스템으로 무조건 매년 9월15일부터 들어옵니다. 온도를 조절할 수도 없어서 9월에 어떤 날은 집안에서 찜질하는것 같기도 합니다! 아파트에 살지 않는 다른 몽골 사람들은 이 시기에 추워서 많이들 아픈데 이것마저도 행복한 고민입니다.
9월 15일은 제 생일이고 아내는 9월 24일인데 9월 중순부터 난방이 들어와서 우리에게 주시는 생일 선물을 받은 듯 감사했습니다. 가끔 뉴욕에 두고 온 아이들이 보고 싶어 들키지 않게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문득 사랑하는 교회 제자들이 보고 싶은 그리움에 슬퍼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금새 혹은 하룻밤 자고 아침을 맞이하면 새로운 활기와 힘이 솟습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기도의 힘 때문이라 생각됩니다.
언어 학교
한국어에서 영어, 이제 영어에서 몽골어를 새롭게 배우고 있습니다. 저희는 교단에서 지정한 2년간 몽골어를 집중적으로 배울 것입니다. 보통 1년 정도 후부터는 사역도 조금씩 병행한다고 합니다.
몽골어 학원은 집에서 15-20분 정도의 거리에 있습니다. 아침마다 저희는 걸어서 학교에 갑니다. 선생님 1명당 소수의 학생들이 수업하는 1:1 시스템입니다. 몽골어는 자체 문자가 없고 러시아 문자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한번도 사용해 보지 않은 목과 입과 얼굴과 배의 근육들을 사용하려니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랄 알타이어 계통이기에 문법이 한국 어순과 같고 비슷한 문화적 풍습들이 있어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있게 배우고 있습니다.
아내와 종종 이렇게 나누곤 합니다. ‘50대가 넘어서 다시 학교에서 언어를 배우고 있습니다. 새로운 나라에서 새로운 문화와 언어와 사람들과 함께 살며 이 땅의 영혼들을 섬길 수 있도록 준비되고 있습니다. 이것이 얼마나 큰 특권이고 축복입니까!’ 지금 있는 것의 소중함을 알고 더 소중하게 가꾸고 대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도 새롭게 배우고 있습니다. 하루 하루 감사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동시에 거룩한 슬픔도 함께 하는 것 같습니다.
기도제목
1. 언어의 지혜를 주셔서 몽골어를 구체적으로 말하고 쓰고 듣고 읽을 수 있도록
2. 함께 사역하는 팀들과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루고 관계를 쌓을 수 있도록
3. 추워지는 날씨에 건강을 지켜주시도록
4. 다르항에서 만나고 있는 모든 분들과 아름다운 관계를 맺어가도록
최재원 & 장정임 드림